1. 사건 개요
ㄱ. 바른이 대리한 당사자
반도체 장비 제조 및 판매업을 영위하는, 하도급법상 '수급사업자'에 해당하는 사업자(이하 'A사')
ㄴ. 사건의 배경
A사는 반도체 장비, 그 중에서도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프로버 칠러'에 관한 고유기술 및 노하우를 갖춘 회사로서, 칠러의 공급과 관련하여 다른 반도체 장비 제조사(이하 'B사')와 사이에 프로버 칠러 개발 및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프로버 칠러를 개발, 공급하였습니다.
이러한 개발 과정에서 B사는 반도체 제조사와의 업무 협의를 위시하여, 하도급법에서 정한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A사에게 프로버 칠러의 배관 도면, 파트리스트를 비롯한 기술자료의 제공을 요구하였습니다.
A사는 업무에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는 차원에서 이러한 자료를 모두 제공하였는데, B사는 A사의 프로버 칠러 공급이 완료된 후 돌연 A사와의 거래관계를 종료한 후 자신의 자회사를 통하여 프로버 칠러를 독자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하였습니다.
ㄷ. 소송 내용
바른은 A사를 대리하여, B사를 하도급법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서, 아래와 같은 내용을 주장하였습니다.
1) B사는 자신이 제조하는 장비에 사용되는 프로버 칠러의 제조를 A사에게 위탁한 자이고, A사보다 규모가 큰 사업자이므로, A사와 B사 사이 체결된 프로버 칠러 개발 및 공급계약에 관하여는 하도급법이 적용됨
2) A사가 B사에게 제공한 배관 도면과 파트 리스트는 프로버 칠러의 제조 방법에 관한 것이고, 이러한 자료들을 만약 경쟁사가 입수할 경우 이를 통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기술상 우위를 얻을 수 있으며, 해당 자료들은 A사가 수년 간 냉동공조 기술 분야에 종사하며 터득한 노하우가 담긴 자료들로서 A사를 통하지 않는 한 입수할 수 없는 자료들일 뿐 아니라, A사는 위 자료들의 접근 인원을 제한하고 비밀임을 표시 및 고지하는 등 해당 자료들을 비밀로 관리하였으므로, 위 자료들은 하도급법 제12조의3에서 말하는 '기술자료'에 해당함
3) A사가 B사와 사이에 체결한 공급계약에는 하도급법이 적용되고, A사가 B사에게 제공한 배관 도면과 파트 리스트가 '기술자료'에 해당하는 이상 B사는 A사에게 이러한 기술자료를 요구함에 있어 하도급법 제12조의3 제2항에서 정한 바에 따른 서면을 교부하였어야 함에도, B사는 어떠한 서면도 교부하지 않고 단지 메일로 자료제공을 요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A사로부터 기술자료를 제공받았음
4) 따라서 하도급법 제12조의3 제2항을 위반하여 A사로부터 기술자료를 제공받은 A사의 행위를 엄중하게 제재해야 하고, 특히 하도급법이 기술자료의 제공을 요구하는 방법을 정해 두고 있는 취지는 원사업자가 자신의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위시하여 수급사업자의 고유한 기술이 담긴 자료를 무분별하게 제공받는 행태를 막기 위함임을 고려할 때 B사의 위반행위는 엄중하게 제재할 필요성이 매우 높음
2. 판결의 내용
공정거래위원회는 바른의 주장을 받아들여, B사가 A사와의 하도급거래관계에서 A사에게 배관 도면, 파트 리스트와 같은 기술자료를 요구함에 있어 하도급법 제12조의3 제2항에서 정한 절차를 위반하였음을 인정하고 B사에게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하는 의결을 하였습니다.
3. 바른의 주장 및 역할
B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과정에서 A사와 B사 사이 체결된 계약은 매매계약이므로 하도급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바른은 이에 대하여, B사가 계약 체결 후 구체적인 사양이 기재되어 있는 발주서를 발송함으로써 A사가 프로버 칠러의 제조에 착수하였다는 점 등을 들어 A사와 B사 사이 체결된 계약은 제조위탁계약에 해당하고, 매매계약이라고 볼 수 없음을 면밀히 주장, 소명하였습니다.
4. 판결의 의미
하도급거래관계에 있어, 수급사업자는 원사업자의 우월한 거래상 지위에 눌려 원사업자의 요구가 부당한지 여부를 판단할 겨를이 없이 원사업자의 요구에 응하게 됩니다.
그리고 하도급법 제12조의3 제2항의 취지는,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기술자료를 요구하는 경우 그러한 요구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라도 반드시 법에서 정한 바에 따른 서면을 교부하도록 함으로써, 수급사업자가 보유한 기술이 모르는 사이에 원사업자에게 흘러들어갈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여 하도급법의 건전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른은 이 사건에서 A사를 조력해 B사의 하도급법 위반행위가 공정위의 제재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함으로써, 원사업자의 기술자료와 관련된 하도급법 위반이 엄중한 제재로 이어질 수 있음을 원사업자들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공정위가 바른의 주장을 수용하여 이 사건에 대하여 내린 결론은, 수급사업자들에 대한 원사업자들의 기술자료 요구와 관련하여 경각심을 환기하는 계기가 되었을 뿐 아니라, 건전한 하도급거래질서를 수호하는 데에도 일조하였다고 할 것입니다.
ㅁ 담당 변호사: 백광현, 정영훈, 한원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