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번의 변론기일, 소송기록 7만4810쪽’.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와 ‘글로벌 특허 공룡’ 퀄컴 간 치열했던 재판이 남긴 기록이다.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인데다 한국 경쟁당국이 세계 최대 통신 특허 기업에 대해 내린 시정명령의 내용 역시 경쟁법 역사상 의미가 남다른 사건이기 때문에, 법조계 안팎에서 ‘세기의 소송’이라고 불렸고 세계적 이목 역시 집중됐다. 결과는 법무법인 바른이 대리한 공정위의 압승이다.
소송의 시작은 2014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정위는 당시 퀄컴이 △삼성·인텔 등 경쟁 칩셋사에 표준필수특허(SEP) 특허권 제공을 거절·제한하고 △삼성·LG 등 휴대폰 제조사에 부당한 라이선스 계약 체결 이행을 강제한 행위 등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에 해당된다고 봤다. 이에 2017년 1월 퀄컴에 과징금 1조311억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퀄컴은 불복해 같은 해 2월 서울고법에 공정위 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을 냈다.
바른은 퀄컴이 공정위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고 신청한 효력정지신청사건에서 2017년 전부승소를 이끌어 냈고, 그 이후 2년이 넘게 진행된 본안 소송에서 이달 4일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공정위의 시정명령 중 대부분과 과징금 부과처분이 정당하다는 승소 판결을 얻어 냈다. 특히 서울고등법원은 1조 311억원의 과징금 부과 처분은 모두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 세종∙화우∙율촌 대규모 연합군 꺾은 ‘바른 맨파워’ 주목
바른은 공정위를 대리해 3년 법정공방 끝에 승전보를 울렸다. 공정거래그룹장 서혜숙 변호사를 주축으로 안윤우∙정경환∙백광현∙정양훈∙최예은 변호사 등 바른 공정거래 전문가들의 맹활약이 있었다. 퀄컴이 법무법인 세종, 율촌, 화우 등 대형로펌 변호사 총 22명을 선임하는 등 대규모 변호인단을 앞세워 강력하게 대응했으나 바른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번 소송을 지휘한 서혜숙 변호사와 정경환 변호사는 항공사 담합사건, 생명보험사 담합사건, 음원유통사 담합사건, 면세점사업자 담합사건 등에서 무혐의 또는 전부 승소의 완벽한 결과를 이끌어 냈고 특히 1000억 원대 ‘라면 담합 소송’에서 농심을 대리해 대법원에서 전부 승소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이끌어 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우선 어렵고 복잡한 사건을 지혜롭고 공정하게 이끌어 주신 담당 재판부께 경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이 사건은 공정위 송무담당관실과 바른 공정거래팀 그리고 공동대리인인 최승재 변호사 사이의 팀웍이 남달랐기에 원고측의 압도적 물량 공세에도 불구하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3년의 기간 동안 국내 최고의 경쟁법 전문가들과 한 자리에 모여 상대방으로 또는 같은 편으로 어깨를 겨루고 머리를 맞대었던 시간들에 대해서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승소에 대한 개인적 소감을 묻자 서변호사는 바른 공정거래팀 동료들의 헌신적 노력과 배려 덕분이라고 그 공을 돌렸다.
한편, 바른 공정거래그룹은 올해 초 기존 공정거래팀에 공정거래수사대응팀을 편입∙통합해 그룹으로 확대 개편함으로써 새 진영을 갖췄다.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 대한 검찰 고발 확대 및 수사권조정 등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파트너 변호사 17명과 소속변호사 20명, 공정위 출신의 전문위원 2 명까지 총 39명의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