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의 개요

1) 바른이 대리한 당사자는?

피고 한국남동발전 주식회사 : 2001년경 한국전력공사로부터 분리되어 설립된 회사로, 삼천포화력발전소, 영흥화력발전소 등의 발전소를 운영 중임.

2) 사건의 배경

원고는 다수의 화력발전소 설계 용역 업무를 수행한바 있는 한국전력기술 주식회사로, 2003. 2.경 피고가 건설하는 화력발전소인 영흥 3, 4호기의 기본설계 등 용역업무를 수행하는 내용의 설계기술용역계약(이하 ‘영흥 3, 4호기 계약’)을 체결하였고, 이에 따라 3, 4호기에 관한 설계자료(이하 ‘이 사건 설계자료’)를 작성하여 피고에게 제출하였음.

이후 2009. 6.경 피고는 영흥 5, 6호기의 건설을 위하여, 원고에게 영흥 5, 6호기 설계기술용역 수행계획서를 교부하며 용역계약 체결의사를 타진하였으나 설계용역비용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최종적으로 삼천포 1~4호기, 태안 7, 8호기 화력발전소 설계용역 업무 수행 경험이 있는 현대엔지니어링 주식회사가 영흥 5, 6호기의 설계용역사로 선정되었음.

피고는 영흥 5, 6호기의 설계를 위하여 그 설계용역사인 현대엔지니어링에게 이 사건 설계자료를 제공하였고,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를 영흥 5, 6호기의 특성에 맞추어 수정, 변경하여 영흥 5, 6호기의 설계자료를 작성하였음.


2. 이 사건의 쟁점

원고가 작성한 이 사건 설계자료를 피고가 현대엔지니어링에 제공한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3호 (라)목 소정의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설계자료를 이용할 것을 허락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


3. 바른의 주장 및 역할

바른은 이 사건에서,

① 영흥 3, 4호기 계약서에는 “준공자료는 본 발전소 운전 및 정비에 필수적으로 이용되고, 향후 발전소 건설시 중요한 참고자료로 이용될 것”이라는 내용의 참고자료 이용조항이 명시되어 있는 점,

② 국내 화력발전소의 경우 선행호기의 설계자료를 후속호기의 여건에 맞게 개선·반영하여 후속호기를 설계하도록 하는 이른바 ‘카피플랜트 설계방식’의 관행이 존재하여, 선행호기의 설계자료는 후속호기 설계용역사에게 제공될 것이 예정되어 있다는 점,

③ 원고도 과거 삼천포 3, 4호기의 설계용역계약을 수행함에 있어 현대엔지니어링이 작성한 삼천포 1, 2호기 설계자료를 제공받아 이용한 사실이 있으며, 당시 원고도 현대엔지니어링에게 별도의 승인을 받지 않았던 점,

④ 영흥 5, 6호기 계약이 체결되기 전, 원고는 피고로부터 이 사건 설계자료를 토대로 설계용역을 수행한다는 취지가 기재된 영흥 5, 6호기 설계기술용역 수행계획서를 교부받아 검토하였음에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점

등을 강조하며, 피고가 후속호기 설계용역사인 현대엔지니어링에게 영흥 5, 6호기 설계 목적 범위에서 이 사건 설계자료를 제공하여 이용하도록 하는 것에 대하여 원고의 묵시적인 승낙이 있었다고 주장하였음.


4. 대법원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영업비밀 보유자가 거래상대방에게 영업비밀을 사용하도록 승낙하는 의사표시는 일정한 방식이 요구되지 않고 묵시적 의사표시로도 할 수 있다. 위와 같은 묵시적 의사표시의 존재는 거래상대방과 체결한 영업비밀 관련 계약의 내용, 영업비밀 보유자가 사용하도록 승낙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범위, 관련 분야의 거래 실정, 당사자의 태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며, 피고가 주장한 위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원고의 이 사건 설계자료에 대한 묵시적인 이용허락이 있었다고 본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인정,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음.


5. 판결의 의의

영업비밀 보유자가 거래 상대방에게 영업비밀을 사용하도록 승낙하는 의사표시가 묵시적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음을 설시하며, 묵시적 이용허락의 존재를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임. 아울러 국내 화력발전소에 ‘카피플랜트 설계방식’이라는 관행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명시적으로 인정한 판결이라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