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 개요
가. 바른이 대리한 당사자
B 학교법인
나. 사건의 배경
교육부로부터 특성화전문대학육성사업의 관리 및 운영을 위탁받은 A 재단법인은 2014. 3.경 B 학교법인을 특성화전문대학으로 선정한 후 B 학교법인과 사이에 협약을 체결하고, 2014년부터 2016년까지 B 학교법인에 특성화전문대학 사업비 약 142억 원을 지급함.
검사는 2014. 6. 27. B 학교법인의 설립자가 2010. 10.경부터 2013. 1.경까지 따로 보관하고 있던 B 학교법인의 자금 약 12억 원을 횡령하였다는 이유로 B 학교법인의 설립자를 업무상횡령으로 기소하였고, 2014. 10.경 법원에서 위 업무상횡령이 포괄일죄로 인정되어 징역형에 집행유예의 판결을 선고받고, 그 즈음 위 판결이 확정됨.
위 사실을 알게 된 A 재단법인은 2016. 10. 10. B 학교법인에 위 협약 해지, 사업 참여배제 1년, 당해연도(2016년) 사업비 집행 잔액 약 26억 원의 환수 처분을 하였는데(이하 ‘이 사건 선행처분’), B 학교법인이 위 처분에 불복하지 않고 사업비 잔액 26억 원을 반환하였음.
이 사건 선행처분이 있은 이후 감사원은 A 재단법인의 이 사건 선행처분 사실을 알게 되었고, A 재단법인에 대하여 감사를 한 결과 A 재단법인에 “A 재단법인이 정한 제재기준에는 검사가 공소를 제기한 때로부터 역산하여 최근 3년 이내에 발생한 학교법인 내 횡령 금액이 5억 원 이상인 경우에는 사업의 선정을 취소하고 지급한 사업비를 전액환수하여야 한다. 그런데 법원에서 B 학교법인의 설립자가 2010. 10.경부터 2013. 1.경까지 따로 보관하고 있던 B 학교법인의 자금 약 12억 원을 횡령한 것을 포괄하여 유죄로 인정하였으므로, 검사의 공소제기일인 2014. 6. 27.부터 역산하여 3년 이내인 2013. 1.경 12억 원의 횡령 범행이 발생한 것으로 보아 A 재단법인은 B 학교법인에 대한 사업의 선정을 취소하고 지급한 사업비를 전액환수하여야 한다. 그런데 A 재단법인이 이에 미달하는 처분(협약 해지, 사업 참여배제 1년, 당해연도 사업비 집행 잔액 약 26억 원의 환수 처분)을 하였으므로 A 재단법인은 B 학교법인과의 사업을 취소하고 B 학교법인에 사업비 전액인 142억 원에서 이 사건 선행처분에 따라 B 학교법인이 기반납한 16억 원을 제외하고 116억 원을 환수하는 처분을 다시 하라.”고 지시하였음.
위와 같이 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A 재단법인은 2017. 7. 5. 감사원의 지시대로 B 학교법인에 특성화전문대학육성사업 선정을 취소하고 및 사업비전액(약 116억 원)의 환수 처분을 하였음(이하 ‘이 사건 후행처분’). B 학교법인은 이 사건 후행처분에 불복하여 서울행정법원에 이 사건 후행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음.
다. 소송 내용
1심인 서울행정법원에서는 2018. 5. 31. B 학교법인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B 학교법인의 청구를 기각하였음.
본 법인(담당변호사 노만경, 설재선)은 위 판결에 대한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사건을 수임하고, 아래와 같은 주장 등을 개진하였음.
① 이 사건 후행처분이 원고의 귀책사유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여 위법함.
② 법원에서 B 학교법인의 설립자가 2010. 10.경부터 2013. 1.경까지 따로 보관하고 있던 B 학교법인의 자금 약 12억 원을 횡령한 것을 포괄하여 유죄로 인정하였다고 하더라도, 개별 범행은 실제 돈을 사용한 시점에 발생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데, 검사의 공소제기일인 2014. 6. 27.부터 역산하여 3년 이내인 2011. 6. 27.부터 2014. 6. 27.까지에 이루어진 설립자의 횡령금액을 계산하면 5억 원에 미달하므로, 설립자의 5억 원 이상의 횡령 범행시 적용할 수 있는 제재기준을 적용하여 이 사건 후행처분을 할 수 없음.
③ A 재단법인이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따라 이 사건 선행처분을 취소하고 보다 무거운 이 사건 후행처분을 한 것은 이 사건 선행처분에 대한 당사자의 신뢰 및 법적 안정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일사부재리 원칙에 위반됨.
④ A 재단법인이 이 사건 사업의 선정을 취소하고 집행된 사업비 전부를 환수할 공익상의 필요가 B 학교법인이 입게 될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큼 강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후행처분은 수익적 행정처분의 취소 한계를 일탈하여 위법함.
2. 판결
서울고등법원은 2018. 11. 2. 1심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을 취소하고, B 학교법인의 청구를 전부 인용하여 이 사건 후행처분을 전부 취소하였습니다.
3. 판결의 근거
이 사건 횡령은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았을 때 검찰이 공소를 제기한 때로부터 역산하여 3년 이내에 학교(법인) 등에 5억 원 이상의 횡령이 발생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음.
형법상 포괄일죄는 피해법익의 단일성, 범죄태양의 동일성, 범의의 단일성에 비추어 수개의 죄를 하나의 죄로 평가하면서 마지막 행위시에 전체 범행이 종료되는 것으로 인정하는 것을 의미하나, 행정처분을 함에 있어 형법상 포괄일죄의 법리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여야 할 논리적 필연성은 없음.
A 재단법인이 제재기준을 마련하면서 최근 3년 이내에 발생한 비리 사안에 대하여만 한정하여 재정적 제재를 하도록 규정하였는데, 이는 설립자 등에 의해 저질러진 과거의 비리행위를 이유로 아무런 제한 없이 그 사업의 취소와 사업비환수를 하도록 하는 것은 대학의 존립과 정상적인 교육 활동에 커다란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으로 보임.
제재기준상 비리금액이 5억 원 이상인 경우에는 사업의 선정 취소와 함께 사업비를 환수하는데 반하여 5억 원 미만인 경우에는 사업비의 10%만을 감액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3년 내의 금액이 5억 원 이상인지 여부에 따라서 사업비를 지원받은 대학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므로 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보다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함.
〇 결국 검사의 공소제기일인 2014. 6. 27.부터 역산하여 3년 이내인 2011. 6. 27.부터 2014. 6. 27.까지에 이루어진 설립자의 횡령금액을 계산하면 5억 원에 미달하므로, 설립자의 5억 원 이상의 횡령 범행시 적용할 수 있는 제재기준을 적용하여 처분을 할 수 없음.
4. 바른의 주장 및 역할
이 사건에서와 같이 학교법인의 설립자 등에 의하여 발생한 횡령 등이 발각되어 학교법인이 기존에 받았던 사업비의 전액 환수처분을 받게 되면, 학교법인으로서는 이미 교육자재 구입, 학생들에 대한 지원금 지급 등으로 사업비를 모두 사용하여 사업비를 보유하고 있지 아니함에도, 이를 반환하여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본 법인의 담당변호사들은 1심인 서울행정법원의 판결 및 기록을 면밀하게 검토한 결과 1심 판결에 여러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1심에서 있었던 B 학교법인 측의 주장을 보완, 정리하면서 특히 1심에서 이루어진 여러 주장 중 특히 포괄일죄의 법리오해와 일사부재리 원칙 위반 주장에 집중하여 변론을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이에 본 법인의 담당변호사들은 준비서면을 통해 여러 대법원 판례의 입장에 비추어 보았을 때 포괄일죄는 수개의 행위가 포괄적으로 1개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여 일죄를 구성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수개의 행위가 개별로 구성요건 해당성, 위법성 및 책임이 인정되는 것을 전제로 포괄일죄도 인정되는 것이라는 점을 부각하여 A 재단법인이 B 학교법인에 대하여 한 이 사건 후행처분은 형사법상 포괄일죄의 법리를 오해하여 위법하게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을 주장하면서, 그 외에도 A 재단법인이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따라 이 사건 선행처분을 취소하고 보다 무거운 이 사건 후행처분을 한 것은 이 사건 선행처분에 대한 당사자의 신뢰 및 법적 안정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일사부재리 원칙에 위반된다는 등의 주장을 하였습니다.
그 결과 서울고등법원에서는 본 법인 담당변호사들의 주장을 전면적으로 받아들여 2018. 11. 2. 1심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을 취소하고, B 학교법인의 청구를 전부 인용하여 이 사건 후행처분을 전부 취소하였습니다.
5. 판결의 의미
행정처분의 취소 및 변경 등 행정청이 기존 처분을 취소하고 재처분하는 경우 법원은 그 재처분의 당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행정행위를 한 처분청은 그 행위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별도의 법적 근거가 없더라도 스스로 이를 취소할 수 있다.”는 취지의 오래전 대법원 판례를 답습하며, 사실상 아무런 근거 없이 행정청이 재처분을 하더라도 이를 정당한 것으로 인정하려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에서처럼 행정청이 26억 원의 사업비잔액 환수처분을 하고 여기에 처분의 당사자가 불복하지 않아 확정된 이후에, 다시 행정청이 종전 처분을 변경하여 116억 원의 사업비를 추가로 환수하려는 처분을 한 경우에도 이 사건 1심 법원의 판단에 비추어 보면 알 수 있는 것처럼 법원은 쉽사리 그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해 주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률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쉽사리 새로운 처분의 위법사유를 정리하여 일목요연하게 주장,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분야의 전문변호사와 상담하여 자신의 사례의 경우에는 처분의 위법사유가 어떠한 것이 있는지, 그 위법사유를 입증할 방법이 무엇인지 검토할 필요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