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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건 개요

ㄱ. 바른이 대리한 당사자는?


피해자로부터 약 24억 원을 편취하였다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공소사실로 기소된 피고인(상고인)


ㄴ. 사건의 경과


제1심 재판부는 배심원 7인이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이 심증에 부합하는 것으로 판단하여 무죄 판결을 하였으나, 항소심은 새로운 증인을 채택하여 이들을 신문한 뒤 그 증언을 바탕으로 제1심 판결을 뒤집고 피고인에게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였습니다. 피고인은 이에 관하여 대법원에 상고하였습니다.



2. 판결


대법원 2024. 7. 25. 선고 2020도7802 판결



3. 바른의 역할


대법원은 법률심이기에 사실관계에 관한 주장만으로는 원심을 뒤집기 어렵습니다. 이에 대법원 판례 중 '제1심에서 판단한 증인 진술의 신빙성을 항소심에서 뒤집는 요건에 관하여 매우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라는 점, '배심원 만장일치의 무죄 평결이 재판부의 심증에 부합하여 그대로 채택된 경우, 이를 뒤집기 위하여는 항소심에서의 새로운 증거조사를 통해 명백하고 반대되는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야 한다'라는 점을 종합하여 주장하면서, 이 사건은 사실관계에 앞서 증거조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사실관계에 관하여도, 본 건은 제1심이 전부 무죄를 선고하였으나 그 판결문에는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고 공소사실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배심원 평결 결과는 전원 일치 무죄이다'라는 등 단 4줄의 판단 근거만이 설시되어 있어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을 제1심판결문에서 찾기 어려운 사건이었습니다. 이에 바른은 사건 기록을 면밀히 검토하여 사건의 배경부터 의뢰인 입장에서 재구성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항소심 판결의 사실인정은 잘못되었다는 점 또한 하나하나 지적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항소심 판결은 제1심의 무죄판결을 뒤집으면서 가장 중요한 증거로서 항소심에서의 새로운 증언을 들었는데, 그 중 가장 비중이 큰 것은 '피해자의 배우자의 증언'이었습니다. 바른은 이러한 증거조사가 위 대법원 판례에 비추어 볼 때 위법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였습니다.




4.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대법원은 바른의 주장을 받아들여 다음과 같이 판시하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인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하였습니다.


형사소송법은 공판준비기일 제도를 둠으로써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정신을 충분하고도 완벽하게 구현할 것을 상정하고, 이로써 원심 법원에 심리가 집중될 필요성을 규정하는 것이며, 특히 국민참여재판은 공판준비기일 제도를 반드시 거치도록 함으로써 이러한 점을 더욱 크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또한 형사소송규칙의 항소심에서 증인신문을 할 수 있는 경우에 관한 규정은 포괄적 허용조항이 아닌 예외적 한정조항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위 법리들을 종합하여 볼 때,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한 원심법원에서 배심원이 만장일치의 의견으로 내린 무죄의 평결이 재판부의 심증에 부합하여 그대로 채택된 경우, 항소심에서의 추가적이거나 새로운 증거조사는 필요성이 분명하게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정하여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항소심이 위 점들에 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증거신청을 채택하여 증거조사를 실시한 다음 가령 원심 법원에서 이미 고려하였던 사정, 같거나 유사한 취지로 반복된 진술, 유·무죄 판단에 관건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부수적·지엽적 사정들에 주목하여 의미를 크게 둔 나머지 원심 법원의 판단을 쉽게 뒤집는다면, 그로써 증거의 취사 및 사실의 인정에 관한 배심원의 만장일치 의견의 무게를 존중하지 않은 채 위 법리에 반하는 결과가 될 수 있으므로 이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 항소심 증인신문은 원심 법원에서의 증거결정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원심 법원에서 조사할 수 없었던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 내지 새로운 중요한 증거의 발견 등으로 다시 신문하는 것이 부득이한 경우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그 내용을 보더라도 이미 고려하였던 사정 중 일부에 불과하거나 유·무죄 판단에 관건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부수적·지엽적 사정들이라고 볼 여지가 많고, 원심의 증거조사과정에서도 이미 현출된 것으로서 그 판단을 뒤집을만한 새로운 중요한 증거로 보기도 어렵다.



5. 대법원 판결의 의미

이 사례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제1심에서 배심원 전원 일치 무죄 판결이 선고되었으나, 항소심에서 고소인에 대하여 추가로 증인신문을 하고, 고소인의 배우자, 검사가 제1심에서 신청하였다가 철회한 증인을 각 채택하여 신문을 한 뒤 그 증언을 근거로 제1심 무죄판결을 뒤집고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한 사안입니다.


이와 같은 형사사건은 피고인이 처음부터 변제의 의사와 능력이 없이 고소인을 기망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문제로서 사실관계에 관한 문제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바른은 항소심이 증거 판단에 관하여 법원이 준수하여야 할 법리를 위반하였다는 점을 주장하였고, 법률심인 대법원 또한 이를 받아들여 항소심의 증거조사는 법률상의 한계를 벗어났다는 점을 인정하였습니다. 또한 항소심의 증거조사 내용도 제1심을 뒤집기에는 부족하다는 점에 대한 판시까지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본 판례는 '배심원 만장일치 1심 무죄인 경우 항소심에서 새 증거조사를 할 때 필요한 요건'을 확립하고, 기존에 항소심에서 별다른 제약 없이 이루어지던 새로운 증인에 대한 신문이 향후에는 제한적으로만 이루어져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서 의미가 있습니다.




□ 담당변호사: 박일환, 이정호, 김준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