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금요일 일몰부터 토요일 일몰까지를 안식일로 성수하여 직장ㆍ시험 응시 등 세속적 행위를 엄격히 금하는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이하 ‘재림교’) 신자로서, 2020. 10.경 B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원서를 제출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면접일정에 관한 구제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하였고, B대학교총장(피고, 피항소인, 이하 ‘피고’)은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심의요청을 받았으나 A에게 1단계 평가에 합격하였다는 통보를 하면서 A의 면접일정을 ‘2020. 11. 21.(토) 오전반’으로 지정하였습니다. A는 피고에게 ‘종교적 양심에 따라 안식일인 토요일 주간에는 면접에 응시할 수 없으니 A의 면접일정을 같은 날 오후반 마지막 순번에 배치하여 일몰 후에 면접을 치를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내용의 이의신청서를 제출하였지만, 피고는 A의 이의신청을 거부하는 취지의 답변(이 사건 거부행위)을 한 데 이어 A에 대하여 이 사건 불합격처분을 하였습니다. 이에 A는 피고의 이 사건 거부행위 및 불합격처분의 각 취소를 구하는 내용의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소송의 내용 및 바른의 역할
본 사건은 법령 등의 해석상 A가 종교적 양심을 지키기 위하여 피고에게 토요일 일몰 후로 면접일정을 변경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법규상·조리상 신청권이 있는지, 그리고 이 사건 거부행위 및 불합격처분이 비례의 원칙, 평등의 원칙을 위반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1심재판부는 ‘면접 순번의 변경은 시험 부정의 소지나 시비의 가능성이 있고 시험관리에도 여러 어려움이 예상되므로, 대체 조치를 취하지 않고 토요일 일몰 전에 면접고사를 시행하였다고 하여 비례의 원칙이나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불합격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A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바른은 항소심 사건에서 A를 대리하여, 헌법 등 관련 법령과 B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전형관리위원회 규정 등에 의하면 A에게는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피고에게 면접일정의 변경을 요청할 법규상·조리상 신청권이 인정되므로 이 사건 거부행위는 A에 대한 실질적인 불이익처분으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리고 ‘격리 후 면접’ 방식이라는 대안이 입시의 공정성·형평성을 해하지 아니하면서도 A의 종교적 신념(양심)과 조화될 수 있다는 점을 모 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면접고사와 모 대학교 의과전문대학원 시험의 선례 및 종교적 사유로 시험일정의 변경을 허용하는 국내·외 입법례와 사례를 들어 설명함으로써, 이를 선택하지 않은 피고의 이 사건 거부행위 및 불합격처분은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고, 또한 이 사건 거부처분 및 불합격처분은 재림교 신자인 A와 같은 입학지원자로서는 토요일에 시행되는 면접고사에 응시할 수 없는 전형적으로 불리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한 ‘간접차별’에 해당하고 이를 정당화할 사유가 없어 평등의 원칙을 위반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므로 피고의 각 처분이 취소되어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하였습니다. 이와 더불어 피고가 주장하는 면접시험의 공정성과 형평성이라는 공익과 원고의 양심의 자유 및 종교의 자유를 조화시킬 수 있는 대안이 있음에도 이를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은 피고의 이 사건 각 처분은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 대한 전향적인 헌법재판소의 결정(헌법재판소 2018. 6. 28. 선고 2011헌바379등 전원재판부 결정) 등으로 촉발된 기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흐름에 역행할 뿐 아니라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 정신에도 위배되므로 A에 대한 사법적 구제의 필요성이 중대함을 강조하였습니다.
3. 판결의 내용 (광주고등법원 2022. 8. 25. 선고 2021누12649 판결)
항소심법원은 바른의 위와 같은 주장을 받아들여, ① 종교적 양심을 실현하기 위하여 면접에 응시하지 아니함으로써 최종 불합격의 불이익을 받은 A로서는 면접일정의 변경을 요구할 조리상 신청권을 가지므로 이 사건 거부행위는 항고소송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고, ② A가 주장한 ‘격리 후 면접’ 방식은 A가 종교적 양심을 지키면서도 면접절차의 형평성·공정성을 해할 우려가 없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이 사건 거부행위는 비례의 원칙에 위배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며, ③ 이 사건 거부행위는 A의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하는 간접차별로서 헌법에 의하여 금지되는 차별행위에 해당하고 정당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헌법상 평등의 원칙을 위배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고, ④ 피고가 위법하게 이의신청을 거부하여 A가 면접에 응시할 기회를 부여하지 아니한 것으로 불합격처분의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피고의 불합격처분도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항소심법원은 A의 청구를 인용하여 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거부행위 및 이 사건 불합격처분을 각 취소하였습니다. 덧붙여 다수결을 기본으로 하는 민주주의 의사결정구조에서 다수결을 통해서는 해결할 수 없는 소수자의 양심의 문제에 관하여 소수들을 관용하고 포용함으로써 그들 역시 사회구성원으로 함께 공존하는 것을 지향하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4. 판결의 의미
본 판결은, 민주주의 체제 하에 소수자의 종교적 신념(양심)에 반하는 표명이나 행동을 강요당하지 아니하거나 거부할 자유를 강조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으며, 헌법에서 간접차별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고 남녀고용평등법 등의 개별법률 외에 일반적인 간접차별금지를 규정한 법률이 제정되지 아니한 상황 하에, 헌법상 평등의 내용에 간접차별금지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여 종교적 신념(양심)을 이유로 균등하게 교육을 받은 권리, 직업 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받은 소수자의 권리를 구제한 선구적인 판결로서, 유사한 사건의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