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의뢰인)는 서울 강남구 소재 토지 여러 필지를 일괄 매각하기 위하여 입찰절차를 진행하였고, 대상 업체들에게 매도제안서를 보내면서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는 입찰보증금 지급각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여야 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업체가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경우 등에는 입찰보증금이 몰취된다는 내용 등을 설명하였습니다. 피고는 위와 같은 입찰보증금 지급각서 등을 제출하면서 이 사건 입찰에 참여하였습니다. 그런데 피고는 위 입찰절차에서 입찰보증금을 납부하지 않은 상태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원고가 입찰보증금을 납부할 것을 안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당초 투자를 약속받은 투자자의 변심 등을 이유로 입찰보증금 납부를 계속 지연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는 결국 피고에게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박탈을 통보하였고, 이후 새롭게 입찰절차를 진행하여 다른 업체와 사이에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원고는 피고로부터 입찰보증금을 지급받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입찰보증금을 몰취할 수 없었고, 이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위약벌 등에 해당하는 입찰보증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합의된 입찰보증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에게 입찰보증금의 일부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2. 판결의 내용 및 의미
종래 국가와의 계약 등 공공계약의 경우에는 입찰보증금의 몰취 등이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사기업 등이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민간 입찰절차에서의 입찰보증금에 관해서는 많은 사례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이 사건에서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입찰참여자가 계약을 체결하지 않아서 이미 납부된 입찰보증금을 몰취하는 것이 아니라 입찰 당시 납부되지 않았던 입찰보증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것이어서 전례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우선 피고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을 뿐 낙찰자의 지위까지는 취득하지 않았지만 원고는 피고가 제출한 매수의향서 및 입찰보증금 지급각서의 기재 내용을 믿고 그에 따라 계약이 체결되리라는 점에 관하여 상당한 신뢰를 형성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리고 법원은 당사자 사이에 채무불이행이 있으면 위약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에 위약금 약정의 성격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는 구체적인 사건에서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할 의사해석의 문제이고, 위약금을 위약벌로 해석하기 위해서는 이를 위약벌로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는 기존 법리에 따라 원고와 피고 사이에 약정된 입찰보증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의 성격을 갖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러한 판단에 따라 법원은 결국 피고가 원고에게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7억 9,000만 원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위 판결은 사기업이 진행하는 입찰절차에 있어서 입찰보증금 지급에 관하여 약정한 경우에 입찰보증금이 사전에 납부된 경우뿐만 아니라 약정한 입찰보증금을 납부하지 않은 경우에도 그 지급을 청구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한 판결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