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판결 요지
생산된 제품과 제품을 담은 포장재는 하나가 아니라 별도의 상품이므로 기업이 제품을 생산해 별도로 구입한 플라스틱 포장용기에 담아 팔았다면 폐기물부담금을 납부할 필요가 없다.
2. 사실 관계
D사는 이른바 '에칭(etching)'이라고 불리는 식각(植刻:반도체 칩의 특정부분에서 이산화실리콘 같은 불필요한 물질을 화학적으로 제거하는 일)에 쓰이는 액체를 만드는 업체입니다. 이 회사는 생산한 식각액을 따로 구입한 플라스틱 드럼통에 담아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등 반도체 제조업체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환경부로부터 폐기물부담금 부과업무를 위탁받아 실시하고 있는 한국환경공단은 지난해 4월 이 플라스틱 드럼통이 자원절약법상 폐기물부담금의 부과대상에 해당된다며 D사에 2008~2011년의 폐기물부담금 1억4400여만원을 부과했습니다.
갑작스러운 폐기물부담금 폭탄을 맞은 D사는 곧바로 부과처분을 취소하는 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정하고 행정소송과 환경소송에 전문성을 갖춘 법무법인 바른의 최 변호사에게 사건을 의뢰했습니다.
3. 판결 의미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절약법)'은 플라스틱 재질의 물건을 판매하는 제조업체에게 폐기물부담금을 납부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판결은 생산된 제품과 제품을 담은 포장재는 하나가 아니라 별도의 상품이므로 폐기물부담금의 대상이 되는지도 각각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로 나온 첫 판결입니다.
최 변호사는 재판부에 △식각액을 담은 플라스틱 용기는 소비자에게 판매하기 위해 시장에 유통되는 최종 단계의 제품 및 포장재가 아니므로 자원절약법상 폐기물부담금의 대상이 아니고, △플라스틱을 구입해 사용했을 뿐 이를 직접 제조하거나 수입한 것이 아니므로 D사는 폐기물부담금의 납부의무자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행정2부(재판장 한병의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30일 "D사는 플라스틱 드럼통의 제조업자나 수입업자가 아니므로 폐기물부담금의 납부의무자가 아니고, 자원절약법이 제품과 용기를 구별해 폐기물부담금 납부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식각액과 플라스틱 드럼통을 하나의 제품으로도 볼 수 없다"며 원고승소 판결했습니다(인천지법 2012구합3075). 환경공단 측은 항소했지만 서울고법 행정5부(재판장 조용구 부장판사)도 지난달 31일 공단 측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유지했습니다(서울고법 2013누1067). 이에 환경공단 측이 상고를 하지 않기로 결정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플라스틱 재질의 포장재를 구입해 사용하고 있는 다른 제조업체들에 폐기물부담금을 부과하기 시작한 환경공단의 처분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