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판결 요지
무효인 압류처분을 해제하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로서 국가에게 체납세액을 납부한 경우에, 국가
는 법률상 원인 없이 체납세액 상당의 이익을 얻고 체납세액을 납부한 국민은 동액 상당의 손해를
입게 되었으므로, 국가는 국민에게 체납세액 상당의 부당이득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
2. 사실 관계
이 사건 건물의 소유권자인 A는 위 건물에 관하여 신탁을 원인으로 하여 은행 명의로 소유권이전
등기를 마쳤습니다. 그 후 A가 부가가치세를 체납하자 국가는 이 사건 건물을 압류한 후 압류등기
를 마쳤습니다.
甲은 은행이 진행한 이 사건 건물에 관한 공매절차에서 매수인으로 결정되었고, 공매계약을 체결
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습니다. 甲은 금융기관으로부터 공매대금을 대출로 조달하였기에 소
유권이전등기를 마치기 전에 세무서에 A가 체납한 부가가치세를 변제한 후, 같은 날 소유권이전
등기를 마치고, 같은 날 금융기관에 대하여 건물에 관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주었습니다. 그
리고 국가는 체납세액을 지급받은 후 압류처분을 해제하고 압류등기를 말소하였습니다.
甲은 압류처분을 해제하기 위하여 법률상 원인 없이 A의 체납세액을 납부하였다면서, 국가를 상
대로 체납세액 상당을 부당이득으로 그 반환을 구하였습니다.
3. 판결 의미
『납세자가 아닌 제3자의 재산을 대상으로 한 압류처분은 그 처분의 내용이 법률상 실현될 수 없
는 것이어서 당연무효이고, 위탁자에 대한 조세채권에 기하여 수탁자 명의의 신탁재산에 대하여
압류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1996. 10. 15. 선고 96다17424 판결). 이 사건 압류처분은 수탁자인 제
3자 명의의 A은행 재산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당연무효이고, 무효인 압류처분에 기한 이 사건 압
류등기 역시 무효이라는 것에는 의문이 없습니다.
본 사안의 쟁점은 甲이 법률상 원인 없이 피고에게 이 사건 체납세액을 납부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인지 여부입니다. 甲이 자신의 이름으로 A의 채무를 변제할 의사로서 체납세액을 납부한 것으
로 평가된다면, 민법 제469조 제1항의 제3자의 변제가 성립하여 법률상 원인이 존재하고 甲은 국
가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비록 甲은 A에 대하여 구상권을 취득하
지만 A의 재정상황을 볼 때, 구상권의 만족을 얻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법원은 본 사안에서 『甲은 이 사건 공매계약에서 이 사건 압류처분을 비롯한 건물에 관한 법률상
문제를 자신의 비용과 책임으로 변제하기로 약정한 점, 甲은 이 사건 압류등기를 마친 후 건물을
매수하였으므로 압류등기에 기한 강제집행으로 인해 소유권을 상실할 위험이 있었던 점 등을 고
려하여, 甲은 이 사건 압류처분을 해제하기 위하여 부득이하게 국가에게 체납세액을 납부한 것으
로서 사실상 자신의 채무를 변제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甲이 A가 체납한 부가가치세를 대신하여
변제한 것과 같은 외관이 형성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가지고 민법 제469조 제1항의 제3자의 변제
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위 판결은 무효인 압류처분에 기한 압류등기와 관련하여 위 압류등기를 말소하기 위하여 제3자가
압류의 원인이 된 체납액을 납부한 경우 제3자의 변제 성립여부에 관한 판결로서 기존 판례가 존
재하지 않는 부분에 관하여 법원의 입장을 밝힌 것입니다. 위 판결의 취지를 종합할 때, 국가가 설
정한 무효의 압류등기가 있는 경우에 압류등기의 외관을 신뢰하고 부동산을 인수한 사람과의 관
계에서도 위 압류등기의 효력이 유지될 수 없다고 해석할 여지가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