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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조달계약 중 국가계약법에 반하는 사후정산 조항의 효력

 

법무법인(유한) 바른 형사팀

 

1. 최근 행정조달계약의 체결 관행 및 문제점

최근 공공기관들이 예산 내지 비용 절감이라는 명목 아래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계약법’이라 함)상의 절차를 준수하지 아니하고, 총액확정계약 방식으로 행정조달계약을 체결하면서도 ‘갑’의 지위를 남용하여 일방적으로 사후정산에 관한 조항을 포함시킴으로써 계약대금을 사후에 관행처럼 감액하려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계약상대방이 불필요한 정산 서류를 제출하거나, 비용을 부풀려 계산하는 폐해마저 발생하고 있습니다.

 

2. 사건의 개요

MICE(전시컨벤션)기업인 I사는 1998. 11. 20. 설립된 이래 정부부서, 관공서, 국제기구 주최, 학회 주관, 민간기업으로부터 총 500여 건에 이르는 행사대행업무를 위탁받아 하자 없이 성실히 수행하여 왔으며, Reed ExhibitionReed MIDEM의 한국 공식 프로모터로서 활동하며 The London Speaker Bureau와도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고, IOS9001(품질경영시스템) 인증서도 획득하였습니다.

I사는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경영 성과를 인정받아 20149월 대통령 표창을 포함하여 교육과학기술부,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문화체육관광부, 대검찰청, 통계청, 인천광역시 등으로부터 수많은 표창을 받아온 견실한 중소기업입니다.

I사는 2012 대한민국 벤처·창업대전 행사, 2013 IADI 아태지역위원회 연차총회 및 국제컨퍼런스, 2014 국제콘텐츠(DICON)컨퍼런스, 2015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 이사회를 비롯하여,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정부·지방자치단체·공기업 등이 주최하는 행사를 대행하여 왔는데, 민간기업과는 달리 위 공공기관들은 행사 종료 시 I사로 하여금 지출한 비용 내역 내지 영수증 등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I사는 총액확정계약 방식으로 행사대행계약을 체결하였기에 계약된 대금을 지급받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실제집행 항목에 대한 증빙(세금계산서, 카드, 계죄이체 및 현금지급에 따른 영수증 등)을 일일이 챙길 수 없는 현실적인 어려움과 함께 통상 행사대금의 30% 정도의 선수금으로만 행사를 집행하는 데 따른 공급업체와의 애로사항으로 인해, 거의 대다수의 다른 행사대행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지출 내역과 비용을 조정한 자료를 위 공공기관들에게 제출하였습니다.

서울지능범죄수사대는 I사를 비롯한 5개 행사대행업체들이 발주기관에 허위 정산 서류 등을 제출하고 계약대금을 수령한 행위가 사기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5개 행사대행사 관계자 31명을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였고, 그 중 I사의 대표이사에 대해서는 지난 해 12월 중순경 구속영장을 신청하였습니다.

법무법인(유한) 바른은 위 대표이사의 변호인으로 선임되어, ‘행정조달계약에 있어서 총액확정계약이 원칙이므로 예외적 형태인 개산 계약이나 사후원가검토조건부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계약법상의 절차나 요건을 준수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행정조달계약들을 조사해서 분류한 결과 정산 조항이 아예 존재하지 아니한 경우, ② 정산 조항이 제안요청서에만 기재되어 있을 뿐 행사대행용역계약서에는 반영 내지 기재되어 있지 아니한 경우, ③ 개산(槪算) 계약이나 사후원가검토조건부 계약에 관한 법령을 준수하지 아니한 채 행사대행용역계약서에 정산 조항이 임의로 포함된 경우로서, 계약상대방인 I사에게 사후정산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고 그렇다면 위 공공기관에 대한 기망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적극 개진해, 위 구속영장신청은 기각되었습니다.

 

3. 바른 주장의 요지

 

. 행정조달계약에 있어서 총액확정계약의 원칙

행정조달계약은 계약의 체결 형태 중 계약금액의 확정 여부에 따라 확정계약, 개산 및 사후원가검토조건부 계약으로 구분되고(국가계약법 제23, 같은 법 시행령 제70, 73), 계약금액의 계산방식에 따라 총액계약과 단가계약으로 구분됩니다(국가계약법 제22).

그러나 통상적으로 계약체결에 앞서 발주기관에서 예정가격을 미리 작성·결정하고 이를 기초로 하여 입찰 또는 수의시담으로 낙찰자를 결정하기 때문에 계약체결 시 계약금액이 확정될 뿐만 아니라 당해 계약목적물 전체에 대하여 총액으로 입찰 또는 수의시담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총액확정계약이 행정조달계약의 원칙적 형태가 됩니다.

반면, 계약금액을 확정하지 않고 개산가격(槪算價格)으로 체결하는 개산 계약과 입찰 전에 미리 예정가격을 구성하는 일부 비목의 금액을 결정할 수 없는 경우 체결하는 사후원가검토조건부 계약은 확정계약의 예외로서, 국가계약법 제23조 또는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9조 등의 절차를 반드시 준수해야만 합니다.

 

. 국가계약법에 위반한 행정조달계약의 효력

행정조달계약은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사경제 주체로서 행하는 사법(私法)상의 법률행위로서(국가계약법 제5), 발주기관은 입찰자격 선정, 적격심사 면제, 낙찰자 선정 등에 있어서 합리성과 공공성을 담보로 한 평등원칙이 구현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하고, 행정조달계약 체결 시 관련 법령에 규정된 계약상대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 또는 조건을 정하여서는 아니 됩니다(국가계약법 시행령 제4).

하급심이지만 “피고가 계약상대자인 원고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4조에 위반하여 무효”라는 판결이 있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09. 2. 3. 선고 2008가합103545), 조달청도 “국가계약법에 따라 체결된 계약은 확정계약이 원칙으로서, 확정계약에서 해당 비목의 단가는 따로 정산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구체적으로 계약상대자가 계약금액보다 비용을 적게 지출하였다고 하여 그 차액을 감액하는 것은 확정계약의 성질에 비추어 타당하지 않다”고 유권해석을 내리고 있습니다.

이는 공공기관이 수요독점적 지위를 남용하는 폐단을 방지하고 계약상대방의 정당한 이익은 법이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행정조달계약 체결 시 국가계약법상의 절차와 요건의 준수 여부가 사후정산 조항의 효력 유무를 판단하는데 있어 중요한 기준이 될 것입니다.

 

4. 공공기관의 불공정거래 및 우월적 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

공공기관은 일반 민간기업에 비해 관련 영역에서 수요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불공정거래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여 계약상대방의 정당한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습니다.

특히, 이 사건과 같이 국가계약법에 반하거나 절차 등을 준수하지 못한 사후정산 조항의 문제는 단순히 불필요한 정산 서류를 제출한 계약상대방만의 잘못으로 몰아 책임을 추궁할 사안이 아니라, 발주기관의 법위반행위에 대한 선결적인 판단과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내려져야 할 사안이라고 할 것입니다.

, 미시적인 시각에서 국가계약법상의 절차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사후정산 조항의 효력 유무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시적인 시각에서 행정조달계약에 있어서의 거래 구조 내지 방식 등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도 요구된다고 할 것입니다.